나만의 생각들 |
자신만의 이미지를 쫓다보면
- 우리 삶에 주어졌던 과거의 기회들을 그리워하는 향수에 젖어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우리 자신을 완전히 소진시킬지도 모른다. 빠르고 늦음의 정도는 있겠으나 시간적으로 앞서거나 뒤처진 경험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
그 경험은 항상 현재의 삶 속에서의 시간과는 괴리되어 있으므로, 결코 우리가 있는 바로 이 지점은 될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발걸음을 조절할 수 없다. 우리는 넋이 나간듯한 상태이기에 더 이상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너무 서두르기 때문에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지나친 동요는 대부분의 경우 전혀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만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려고 결심은 하는데 막상 제대로 하는 건 ㅏ나도 없다는 점을 깨닫고는 해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제 시간을 관리하지 못해요. 빻을 곡식도 없는데 뱅글뱅글 돌아가는 풍차처럼 사방팔방 헤집고 다니기는 하지만 실속이 없어요.
- 우리는 불안정한 흥분에 휩싸여 부적절하고 서툴기 짝이 없는 행동들을 한다. 이런 흥분은 가끔 심장박동이나 말의 속도를 빠르게 재촉하며,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허기증처럼 행동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이 결코 지치지 않는 사람인양 착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계속 나아가든가, 쓰러지든가 둘 중 하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나의 리듬이 아니게 된 리듬에 맞춰서 이끌려온 우리는 너무 지쳐서
이렇게 헐떡이며 달려가야 할 합당한 이유들이 무엇인지조차 더 이상 알 수 없다. 심지어 이렇게 많은 희생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끊임없는 활동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
더 이상 못하겠다는 느낌
-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는 느낌은 그저, 우리가 스스로 부과하는 일련의 책임들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느 날 우리 몸에서 확실한 불균형의 징후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현기증이나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가는 형태로 균형을 잃기도 하며, 고열과 오한, 소화의 빠름과 더딤, 하혈과 무월경, 거식증과 과식증, 수면장애와 지나친 수면이 ㅈㅇ잡을 수 없이 반복되는 등 갖은 종류의 신체적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생체시계가 잠시 고장 났다고나 할까. 이럴 때 우리는 공허감을 느끼거나 오히려 반대로 지나치게 꽉 찬 느낌을 받는다. 너무 춥다고 느끼거나 너무 덥다고 느끼기도 한다. 세상 그 무엇도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고, 사방의 모든 것이 다 나를 공격하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자신과 조화를 이루며 산다는 것도, 바깥세상과 잘 지낸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사물들조차도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변해버린 이 세상의 파괴적 행위에 가담하는 듯 보인다. 괜히 손에서 물건이 떨어져 깨지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다, 텅 빈 느낌
- 그런 식으로 우리 손에서 빠져나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느는 듯하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도, 공간에 대한 감각도, 더 이상 조절하지 못하는 듯한 괴로운 감정을 겪는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결국 우리 내면세계의 반영이다.
모든 파괴의 징후는 그것이 정신적 삶에 대한 위험을 나타내듯, 우리를 위협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무질서도, 조그마한 장애도 참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이 모든 교란적인 요소들을 우리의 내적 조직에 대한 위협으로 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그것들에 대항하려고 애쓴다.
- 타자와의 관계 역시 이런 불균형의 이미지를 띠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조차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전에는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던 상황들인데, 이제는 그것들에 부딪치고, 상처입고, 당황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판단능력을 상실한다. 타자들의 행동방식은 갑자기 의미를 잃으며, 우리 자신의 행동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나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 스스로를 억제할 수 없음을 깨달으면, 모든 것을 불시에 중단해 버리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알코올중독자들이 즉각적인 금주를 권고받듯이, 탐닉하던 습관을 당장 그만두는 것이다. 그런 권고에도 일리는 있지만, 사실 삶의 쾌락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서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다소 터무니 없다. "제가 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똑똑히 알았기 때문에 모든 유혹에 대해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했지요. 그러기 위해서 제 행동에 대한 아주 엄격하고, 구체적인 방침을 세워서 반드시 그에 따라 처신하고 있고요"
이런 방법으로 일종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인가? 금단의 열매를 맛보았고, 거기에 의존해서 지내왔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들은 외부로부터의 모든 요청들, 자신들이 조금씩 쌓아온 방어체제를 허물어뜨릴 위험이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멀리한 채 자신을 꽁꽁 봉쇄한다. 그들이 특히 두려워하는 것은, 그토록 오랫동안 자제해 왔던 감정의 물결을 조금이라도 분출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홍수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떤 수문들은 일단 열고 나면, 자기 마음대로 닫을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움음은 클 수 밖에 없다. 그런 두려움에 웰빙을 추구할 수 없게 만드는 고통이 있지는 않을까?
피해야 할 고통이 모든 잠재적 쾌락보다 우선한다
- 자신이 얻은 것들을 언젠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낙원을 발견하자마자 그것이 사라지는 꼴을 보게 되는 두려움 때문에 그들은 차라리 행복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철저히 배제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저 자신에게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언젠간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지요. " 모든 쾌락은 그들에게 치유할수 없는 결핍감을 남긴다.
온전한 충만감은 그 다음에 따라올 공허를 참을 수 없게 만들 뿐이다. 충동이 너무나 억제되고, 삶이 지나치게 단조로워진 나머지, 이따금 그들 자신도 후회를 하곤 한다. 이것이 바로 광기를 낳을 수도 있는 한 알의 작은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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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현명하거나 혹은 정신나간 생각들
Reviewed by 해결사
on
6월 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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