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은 유한하다 |
우리 힘이 무한하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저는 불행에 빠지면 완전히 과대망상증 환자같이 됩니다. 모든 것이 나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여요. 세상 사람들을 다 경계하고, 걸핏하면 배심감에 치를 떱니다. 그것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람들 때문에 말입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렇게 약해빠진 상태까지 가지 않으려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야 한다. 말로써, 혹은 행동으로써 대응해야 한다. 고통을 이름짓는 것은,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게 하거나 적어도 완화시키는 방법의 하나다.
자신의 악을 털어놓으면서, 사람들은 종종 그 악에서 해방된다.
밖으로 표출하라
저는 제 감정을 표현할 때마다 말을 하면 할수록 고통, 슬픔, 분노라는 감정이 가벼워지는 걸 알아챘습니다. 어떤 고통들은 드러내고 말을 하면서부터 차츰 사라지기까지 했어요.
그러므로 우리의 태도 또한 이런 외면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받는 공격에 반응을 보이고,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말을 통해 없애야 한다. 외상(trauma)으로 축적될 수 있는 것들은 가급절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
그것들이 마침내 고통을 자아내는 힘을 잃어버릴 때까지, 우리에게서 축출될 때까지, 종기에서 고름이 빠져나가고, 점점 작아지듯이,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관념, 생각, 기억은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좋다.
슬픈 생각에 빠져 있기 보다는, 차라리 화를 내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하지만 늘 화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버지에 대한 비난을 단 한 번도 표현할 수 없었어요. 나 스스로가 반항을 허락하지 않았죠. 나에게 아버지는 비판할 수 없는 대상이었거든요, 나의 분노는 늘 억제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강해졌습니다.
대놓고 싸우지도 못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게 있을까요? 그럴 때 사람은 완전히 자기 혼자라는 느낌이 들게 마련입니다. 자자기가 존재하지도 않는 기분, 투명인간이 된 듯한 기분에 빠지게 되죠.
이 모든 고통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아주 단순한 기쁨조차 들어설 자리가 없어진다. 바깥세상을 향해 조금도 자신을 열 수 없게 된다. 고통은 배타적이다. 고통은 자신을 품은 자를 독차지하고, 자기 외의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통을 몰아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이든지 시도해 봄직하다. 해롭기 짝이 없는 비밀들을 안고 살아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터지는 눈물이든, 미친 듯한 웃음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예술적인 창조든, 여러 가지 유형의 신체적 표현이든 다 좋다.
감정을 해방시킬 수 있고, 그로써 삶을 방해하는 해묵은 고통들을 조금씩이나마 없앨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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